[POSTECH·전북대, 단일 입자 구조에서 연속체 속 속박 상태(BIC)의 비밀을 풀다]
[노준석교수] [장영태_박사과정]
최근 POSTECH·전북대 연구팀이 기존 이론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파동을 완벽하게 가두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지난 3일 물리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
스마트폰, 라디오, 초음파 장비 등 우리 주변의 많은 기술은 '공진(resonance)' 현상을 활용한다. 공진이란 그네를 탈 때 적절한 타이밍에 밀어주면 더 높이 올라가듯, 특정 주파수에서 파동이 증폭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기존의 시스템은 파동 에너지가 조금씩 새어나가는 문제가 있어 에너지를 계속 보충해야 했다.
약 100년 전 노벨상 수상자 '존 폰 노이만'과 '유진 위그너'는 특정 조건에서 에너지 손실 없이 파동을 가둘 수 있는 '연속체 내 속박 상태(Bound States in the Continuum, BIC)' 이론을 제시했다. 이는 마치 강물이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지점에 소용돌이가 생겨 물이 계속 그 자리에서 맴도는 현상과 유사하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이 현상이 단일 입자 수준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겨왔다.
연구팀은 이 오래된 이론적 한계를 깨고, 단일 입자 내에서도 BIC를 실현할 수 있음을 이론적·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연구팀은 원통형 고체 입자로 구성된 과립 결정(granualr crystal)을 만들고, 입자 간 접촉면을 정밀하게 조절해 파동의 결합 정도를 조정했다. 그 결과, 특정 조건에서 외부로의 에너지 방출이 차단되는 '편광 보호 BIC'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준(quasi)-BIC 상태에서 1,000 이상의 품질 계수(Q-factor)를 기록했다. 품질 계수는 공진기가 에너지를 얼마나 잘 가두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에너지 손실이 적다는 의미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특성을 가진 원통형 물체들을 여러 개 연결했을 때 모든 물체에서 동시에 파동이 갇히는 '평탄 밴드(Flat Bands)*1 '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마치 얕은 연못에 돌을 던졌을 때, 물결이 멀리 퍼지지 않고 얇은 수면 위에 머물며 그 자리에서만 진동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파동이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도, 공간적으로 퍼지지 않고 한 지점에 국한되는 것이 평탄 밴드의 특징이다.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는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이론적 한계를 깼다"라며, ”아직 물리 현상에 대한 기초연구 단계지만, 에너지 수확 기술 및 초고감도 센서, 통신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103/PhysRevLett.134.136901
1. 평탄 밴드(Flat Bands): 특정 주파수에서 파동의 그룹 속도가 0이 되어 에너지가 구조 내에 고립된 채로 머무르는 현상을 의미하며, 이는 높은 상태 밀도와 강한 국소화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