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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학과소식

 

IT융합/기계/전자/융합 박성민 교수팀, “신경에 귀 기울이다” 배뇨장애 치료, 이제는 ‘맞춤 자극’ 시대

작성자 김태영 날짜 2025-05-26 09:05:10 조회수 76

[POSTECH·한양대 공동 연구팀, 경골신경자극 통해 배뇨장애 잡는 첨단 기술 개발]

 소변을 자주 보거나 배변이 잘되지 않는 증상처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배뇨·배변 장애는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부끄러워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신경계 질환과 관련된 심각한 건강 문제일 수 있어, 조기에 진단받고 꾸준한 치료를 받는 전문적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배뇨장애를 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신경조절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학계의 주목을 받으며,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일 게재됐다.

 과민성 방광 질환은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거나, 소변이 마려울 때 참지 못하고 급하게 소변을 보거나, 소변을 보려 해도 잘 나오지 않는 등 여러 증상으로 나타난다. 흔히 ‘요실금’이라 불리는 가벼운 증상부터 심각한 배뇨 장애까지 범위가 넓으며, 특히 고령층에서 더욱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배뇨장애의 치료법 중 하나로 최근 떠오르는 것이 ‘신경조절술’이다. 이는 방광 기능을 조절하는 특정 신경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줘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존 치료는 자극의 강도나 방식이 의료진의 경험이나 환자의 주관적 반응에 의존하다 보니, 치료 효과가 들쭉날쭉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POSTECH·한양대 공동 연구팀은 신경이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외부 자극에 실제로 얼마나 반응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유발복합활동전위(이하 ECAP)*1 ’라는 생체 신호를 활용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신경에 전기 자극을 줄 때 신경의 반응을 신호로 듣고, 감지된 신경신호에 따라 자극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의 미세한 음색 변화를 듣고 템포를 조율하듯, 신경 반응에 따라 ‘딱 맞는’ 자극을 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를 통해 환자 개개인마다 각자의 신경 자극 정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개인에 알맞은 자극의 강도나 방식으로 배뇨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몸속에 삽입할 수 있는 특수 전극을 포함한 소형기기를 개발했다. 해당 장치를 다리의 경골신경에 연결해 과민성 방광 증상을 보이는 동물 모델에 적용한 결과, 증상이 효과적으로 조절되는 것을 확인했다. 기존에는 자극에 따라 발이 떨리는 정도를 관찰해 자극의 세기를 조절했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신경 자체의 반응 신호를 직접 측정함으로써 보다 정밀하게 자극을 조절하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이 기술은 환자마다 다른 신경 상태에 맞춰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의료진이 경험을 통해 자극을 정성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환자 신경이 보내는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가장 효과적인 자극 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박성민 교수는 “배뇨·배변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이 더 독립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매우 실용적인 기술"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강조했다. 박성민 교수는 과거 글로벌 전자의료기기 선도기업인 메드트로닉(Medtronic)에서 MRI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식형 심장박동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신경조절 및 이식형 의료기기 분야에서의 경험을 쌓은 바 있다. 그는, ”ECAP 신호는 대부분의 말초신경에서 쉽게 측정할 수 있어 배뇨장애뿐 아니라 다양한 만성 신경질환 치료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러한 기술은 최근 의료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다양한 신경조절술과도 잘 어울려,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및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59436-4

1. 유발복합활동전위(ECAP): 신경자극을 가했을 때 다수의 신경 섬유들이 동시에 반응하면서 생성되는 신경신호로, 신경의 활성화 여부와 자극의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전기생리학적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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