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美노스웨스턴대·고려대, 전기 신호로 순식간에 모드 전환하는 메타렌즈 개발]
POSTECH·미국 노스웨스턴대·고려대 연구팀이 전기신호 하나로 기능이 완전히 바뀌는 다기능 메타렌즈를 개발했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이 렌즈 하나로 고화질 촬영부터 3D 측정까지 구현한 이번 연구는 학계의 주목을 받으며,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현재 VR·AR 기기가 무겁고 부피가 큰 이유는 여러 개의 복잡한 렌즈와 센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카툭튀’를 줄여줄 기술로 주목받는 ‘메타렌즈’ 역시 한 번 만들어지면 기능이 고정되기 때문에 다중 렌즈를 사용해야 했다.
연구팀이 이번에 만든 렌즈의 핵심은 ‘액정(Liquid Crystal, LC)’이다. 연구팀은 TV 화면에 쓰이는 액정을 ‘수소화 비정질 실리콘(a-Si:H) 메타원자’ 층 위에 덧씌워 전압만 가해도 순식간에 성격이 바뀌는 메타렌즈를 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카메라 모드를 바꾸듯 렌즈 자체의 물리적 특성을 전기로 조절하는 셈이다. 심지어 이 과정은 1,000분의 1초 만에 일어난다.
그 비밀은 빛의 '회전'에 있다. 연구팀이 만든 렌즈로 들어온 빛은 두 방향으로 회전(좌원평광·우원평광)하며 각각 다른 이미지를 만들고, 그 회전 각도 차이(최대 180도)로 물체 거리를 정밀 계산한다. 덕분에 별도 센서 없이 머리카락 굵기 절반 수준(±110마이크로미터)까지 3D 측정이 가능하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무거운 VR·AR 헤드셋이 일반 안경 수준으로 가벼워질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연구팀이 개발한 전기 조절형 렌즈는 초고속 현미경, 실시간 홀로그래피, 자율주행차 센서, 의료 진단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세대 3D 센싱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로 3D 현미경부터 AR·VR 기기까지 모든 광학 장비가 혁신적으로 소형화되어 상용화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논문1저자인 김예슬 씨는 “빛의 회전 특성을 이용해 별도의 레이저나 적외선 등을 쏘지 않고도 3D 정보를 얻는 ‘패시브 3D 이미징’이 가능해졌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예슬 씨,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이지해 씨 연구팀이 고려대 트레본 배들로(Trevon Badloe) 교수팀, 미국 노스웨스턴대(Northwestern University) 하오 장(Hao F. Zhang) 교수, 청 쑨(Cheng Sun)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POSCO-POSTECH-RIST 융합연구센터 프로그램,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글로벌융합연구지원사업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